개인 취미/미래 구석기

트랙 8. 노초파남 5'12

언제나휴일 2012. 5. 2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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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수 아버지, 혹시 소문 들었어요?"

 "무슨 소문 말이우까?"

 "올레길 16코스를 없어진다고 다들 난리가 아니우다."

 "게메예. 어떵 이츠륵 되신지 모르쿠다. 영허당 자식덜헌티 물려줄 자연은 호나도 어시쿠다."

 "이게 다 스마트 마을 때문인데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쿠다."

 "게메. 겅허난 돈 주멍 스마트진 몬지 허켄헐 때 너머가지 마라사 헐건디 너머가부난 영 된거 아니우까게."

 

 3개월 전에 초인류 기업에 한 발자국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스마트 도시가 필요하다면서 고내와 신엄에 사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정부 관계자와 독선그룹 회장이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모두들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지어지는 스마트 마을에 살 수 있다는 것에 들떠서 일괄적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스마트 마을이 생기고 난 후부터 이런 저런 이유로 올레길 16코스에 새로운 시설을 지어야 한다면서 마을 부지를 하나 하나 빼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올레길 코스에 비해 16코스는 인적이 드물고 유명한 관광시설이 없어 인공적인 세련된 아름다움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유지가 되고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스마트 마을 사업이 시작하면서 그 어느 곳보다 인공적으로 아름다움을 만들면서 자연이라는 것은 남의 얘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스마트 마을에는 IQ가 150 이상이 되는 사람만 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러한 소문은 독선그룹에서 공부를 못했던 사람들부터 찾아다니면서 다른 도시에 아파트를 지어 놓았으니 그곳으로 이주하면 모든 비용을 주겠다며 한 집 한 집 사라지면서 생긴 소문이다. 처음에는 독선그룹이 고내 마을의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풀고 있다는 방송을 보면서 고마워하고 부러워했었다.

 

 "기남아, 이땅 12시 되믄 성실동 회관에 초자오라. 이츠륵 고만 있당보믄 몰명지게 다 빼앗기고 요상한 괴물 마을이 되분다."

 "네. 철수 아버지. 그 때 봅시다."

 

 11시 50분에 집에서 나와 성실동 회관에 들어가니 철수 아버지와 진우가 나와 있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 모이기 시작하였다.

 

 "무사덜 모여신진 다덜 잘 알거우다. 아맹해도 지금 돌아가는 거 보믄 스마트 마을인지 몬지 허는 거는 사람을 살리젠 허는 게 아니라 이신것들만 살고 어신 우리는 죽으랜 허는 거 같우우다. 어떵덜 생각햄쑤까? 고라들 봄써."

 

 철수 아버지의 이 한 마디는 지난 3개월 동안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면 알 수 있는 얘기이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얘기는 3개월 전에도 나왔었던 얘기다. 그 당시 정부 관계자와 독선그룹 회장이 방문했을 당시에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에서는 스마트 마을 사업이 독석그룹 회장인 올도미의 개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정치인들과 부정한 거래를 한 것이며 제주도의 남은 자연 유산들이 다 파괴될 것이라고 집회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북한에서 방해를 하기 위한 세력이 주동을 한다면서 모두 잡아갔다. 그리고, 고내 사람들을 비롯한 많은 제주도 사람들, 아니 대부분 국민들은 그렇게 믿었었다.  

 

 "그 때 무사 몰라신지 후회덜만 허지말랑 앞으로 어떵허믄 될 지 고라들 봄써."

 "다덜 4.3은 알암쭈마씨. 곧진 아나신디 고내봉에 올라강 보믄 동굴이 있쑤다. 지난 번에 비가 하영왕이네 피허당 보낭 거기에 가게 되어신디 동굴 속으로 계속 가 보믄 모슬포 송악산 전지동굴이엉 이어졍 이신걸 알게 되쑤다. 지금은 모슬포 일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알고 있수다만은 가 보믄 조금씩 새 생명이 생겸쑤다."

 "겅허믄 거기 한 번 가 보게마씨. 이제 정부나 기업허는 사람덜은 지네만 알앙 수틀리믄 빨갱이엔 허멍 다 잡아갈꺼우다. 이젠 빨간색 근처엔 가지도 못허쿠다."

 

 이상하게도 전 세계에서 사라진 이데올로기가 대한민국에는 버젓이 자리잡고 있고 그 이데올로기는 이상한 탈을 쓰기 시작하여 정부나 기업하는 이들의 손에서 도깨비 방망이처럼 모든 것을 깨부수고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창선 아버지는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나에게 얘기를 하는 동안 눈에는 맑은 물로 가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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