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 - 만해 한용운

님의 침묵

한용운

님^[각주:1]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참어^[각주:2]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각주:3]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각주:4]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각주:5]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각주:6]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嘿)을 휩싸고 돕니다.^[각주:7]

---

 

작가

한용운(1879년 8월 29일 ~ 1944년 6월 29일)

독립운동가이며 승려

호는 만해

3.1 만세 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형식

자유시, 서정시

 

운율

내재율

 

제제

임과의 이별

주제

임(조국)에 대한 영원한 사랑

심상

시각적, 후각적, 촉각적

성격

의지적, 상징적

감상

불교적 윤회관을 기반으로 만남 뒤에 이별과 이별 뒤에 만남을 얘기하고 있어요.

이는 님이 없는 상황을 님이 있는 상황이라는 역설적인 논리를 가능케 하죠.

조국을 잃고 독립 운동이 실패로 돌아간 객관적 현실과 마음 속에 영원한 조국의 사랑이라는 주관적 마음을 역설법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관련 자료

복종 - 만해 한용운

1919년 3.1운동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만해 한용운 선생 생가지, 만해 문학 체험관

초판본 님의 침묵 국내도서 저자 : 한용운 출판 : 더스토리 2016.03.14 상세보기

1. [님] 생명의 근원, 중생, 조국, 민족, 애인, 불도 등 다양한 뜻을 지니고 있어요. [본문으로]
2. [참어] 차마, 마음을 억누르거나 참고서 도저히 [본문으로]
3. [1행 ~ 4행] 임과의 이별 [본문으로]
4. [5행 ~ 6행] 이별 후의 슬픔 [본문으로]
5. [7행 ~ 8행] 새로운 희망의 의지 [본문으로]
6.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 님이 간 것은 객관적 사실이며 님을 보내지 않은 것은 주관적 마음입니다. 이는 독립운동은 실패하였지만 마음 속에 조국은 결코 잃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7. [9행 ~ 10행]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주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