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건물을 빠져나와 처음 왔던 곳에서 나는 다시 여러가지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되었다. 낯선 장소, 아니 낯선 시간을 접하고 있는 내가 처음 보았던 미래 구석기 인들과 완전체와 같은 올도미, 기존 생명의 기를 빨아들여 탄생한 Vict 들은 이제껏 내가 살아온 그것하고는 너무도 상이한 것들이다. 그리고, 2042년과 나의 모습은 너무도 많은 차이를 갖고 있었다.
너무도 많은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되니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뚜벅 뚜벅,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을 뿐이다. 가끔은 새로운 물체와 풍경에 멈칫거리기도 하고 가끔은 길 바닥에 박혀있는 익숙한 물체가 보여서 멈칫거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뚜벅 뚜벅,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을 뿐이다.
뚜벅 뚜벅,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는 것을 반 나절 정도를 했을 무렵 코 속으로 들어오는 이물질과 빰을 때리는 먼지들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주변을 살펴보니 주변은 온통 붉은 모래만 보이는 사막에 와 있었다. 아마도 인류 문명이 사라지기 전에 사람들의 난 개발에 의해 사막화 된 지역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목마름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고 생존을 위해 이 곳을 빠져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또 다른 형태의 나의 행보가 시작되었다. 뚜벅 뚜벅,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는 것은 동일하지만 나의 시선은 한 곳에 두지 않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모래 바람이 없는 곳을 찾고 있다. 그렇게 삼십여분을 헤매고 있을 즈음에 나의 시선에 미래 구석기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처음에 보았던 것과는 달리 직립 보행을 하고 있었고 상당히 먼 곳에 있는 그들의 눈빛은 정확히 나를 관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들의 눈빛에는 공격성이 보이지 않았고 이상하게도 희망에 찬 두려움만이 느껴졌다. 이러한 느낌이 나에게 완벽한 경계심을 해제시키지는 않았지만 사막 한 가운데 있는 것 보다는 그들에게 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설령 그들이 나를 잡아가서 먹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미래 구석기인들을 향해 가다보니 나의 맘 속에는 그들이 유일한 나의 안식처이고 동반자라는 포근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포근한 생각과 함께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뚜벅 뚜벅 걸다가 문득 '올도미의 Vict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아릴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지만 갑자기 나를 집어 삼키는 붉은 모래 회오리로 인해 허우적 거리게 되었다.
순간 회오리에 빠진 나는 회오리 밑에서 강한 힘으로 나를 빨아들이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고 그 느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잠시 정신을 혼미했지만 금새 익숙한 풍경과 미래 구석기인들이 희망에 찬 두려움으로 초라한 나를 관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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