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미서(To me 書) 이번 여름은 너무도 아름다워
이번 여름은 너무도 여름다운 거 같구나.
대부분 콘크리트 빌딩 속에서 인공적인 조절속에 길들여져 있어 지금이 여름인지 겨울인지를 실감하지 못하며 지내지만 올 여름은 잠시 건물에서 주차된 차량으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만으로도 지금이 여름인지 알려주는 것 같애.
다른 때 같으면 찌는 더위에 짜증이 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모든 감각을 상실한 채로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나에게 잊고 지냈던 계절을 깨우쳐 주는 것 같아 기뻐.
어제 학생들이 유니폼을 맞추면서 나에게도 한 벌을 소유할 수 있는 기쁨을 주었어.
이미 가속도의 법칙을 잊고 등속도로 축구장을 헤매는 나에게 10번이라는 등 번호는 가당치도 않음에도 그들은 공격하러 갔다가 되돌아오는게 힘에 겨운 나를 위해 기꺼이 10번을 내어주었어.
그리고 조금은 걱정스러운 '전문가'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더라.
사실 학생들이야 취업을 하고 엔지니어 생활을 계속하다보면 전문가의 길로 갈 수 있겠지만 이미 나는 강의를 하거나 이처럼 재잘거리며 지내다 보니 전문가로 가는 길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데도 나에게 등 번호위에 새겨진 '전문가'가 맘에 드냐고 묻더군.
그들의 생활권에 나라는 존재를 인정하는 할례의식의 경건함과 긴장감과 흥분속에서도 그들에게 '전문가보다는 아마추어라는 게 맞지 않겠니?'라고 속마음을 내비쳐 버렸어.
지금은 그들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본 경험과 다년간 강의를 진행했던 노하우와 강의실에서의 역할로 인해 아마추어가 전문가로 비쳐지고 있지만 그들이 세상을 향해 걷다보면 자신들이 가는 길이 전문가로 가는 길임을 인식하겠지.
이번 여름은 너무도 여름다워.
내일은 강의실 왁스 작업을 해서 강의가 없어.
아내와 아들과 함께 여름속으로 들어가 보려해.
그럼 나는 이만 여름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러 갈께.
2012년 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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