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권의 책을 출판을 하고 나니 방에 책을 비치할 틈이 생기지 않아 손이 잘 가지 않는 책들을 밖으로 내쳤다. 일단, 중·고등학교 학습서들 먼저 내치고 오랫동안 손이 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손이 갈 것 같지 않은 노트 등이 그 다음이었다. 반 나절동안 아내와 함께 정리를 하고 나니 2~3백권 정도의 책이 들어갈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낯선 책을 하나 발견하였다. [원성 글/그림] '풍경'이 그것이었다. 원성 스님이 시에 손수 그린 그림으로 되어 있는 책인데 내 기억에는 이러한 책을 수집한 기억이 없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자신은 시집을 사 본적이 없다고 해서 내가 기억 못하고 있는가 싶었는데 거실에서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으니 아내가 자신이 구입했는데 보지는 못했단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로운 글과 그림을 맞이할 수 있었지만 매 번 새로운 느낌보다는 친숙한 느낌이었다. 요즘 도시에서는 동자승을 흔히 볼 수는 없지만 이미 내 추억에는 흔하기에 그런 듯 싶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들이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그렇기도 한 듯 싶다. 하지만, 그의 시는 일반인이 아닌 동자승의 일상 이야기라 충분히 새로운 느낌을 전달해 주어 읽는 맛도 좋았다. 특히, 뒷 부분에 있는 '여백'이라는 글은 쉽게 흥분하고 조급한 나에게는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 주는 안정제와 같았다. '이성보다는 직관', '논리적 체계보다는 비약적', '설명적이기보다는 암시적' 등등으로 여백에 대한 얘기를 보고 있다보면 어느새 조급하고 흥분을 잘하는 나에게 여백있는 삶을 권유하는 듯 싶다.
이처럼 우연하게 좋은 책을 접하게 되면 운좋게 살이 찌는 듯 싶어 마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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