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국어(고전)

이원익의 고공답주인가

언제나휴일 2016. 12. 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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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익의 고공답주인가



고공답주인가

이원익



아아!  양반아! 돌아앉아   듣소

어떠한 젊은 손이 셈없이 다니는가

주인님 말씀을 아니 들어 보았는가

 

나는 이럴망정 외방(外方)[각주:1] 늙은 종이   

 바치고 돌아갈 , 하는   보았네

우리  세간이야 예부터 이렇던가

 

전민(田民)[각주:2] 많다는 말이 일국(一國)[각주:3] 소리나네.  

먹고 입는 드는 종이 백여구(百餘口)[각주:4] 남았으니

무슨  하느라 터밭을 묵였는가


농장(農場)[각주:5] 없다 하던가? 호미 연상  가졌던가

날마다 무엇하려 밥먹고 다니면서

열나무 정자(亭子)[각주:6] 아래 낮잠만 자는 것인가

 

아이들 탓이던가? 우리  종의 버릇 보노라면 이상한데

 먹이는 아이들이 상마름을 능욕(凌辱)[각주:7]하고

진지(進止)[각주:8]하는 어린 손들  계대를 기롱한다 


삐뚤린 제급(除給)[각주:9] 뫃고  길로  일하니

 집의 많은 일을 누가 힘써 할까

곡식창고(穀食庫,곡식고)[각주:10] 비었거든 고직(庫直)[각주:11]인들 어이 하며

세간이 흩어지니 옹기인들 어이 할까 

 

    몰라도    모르던가

풀치거니 맺히거니 헐뜯거거니 돕거니

하루    어수선  것인가

밖별감 많이 있어야 외방사음(外方舍音 도달화(都達花)[각주:12]

 소임(所任)[각주:13]  버리고  꺼릴 뿐이로다


 새어 썩은 집을 누가 고쳐 이으며

 벗어 무너진  누가 고쳐 쌓을까

불한당 구멍 도적 아니 멀리 다니거든

화살  수하상직(誰何上直)[각주:14] 누가 힘써 할까 

크나큰 기운 집에 상전님 혼자 앉아

명령을  들으며 논의(論議)[각주:15] 뉘와 할까

 

낮시름 밤근심 혼자 맡아 계시거니

옥같은 얼굴이 편하실   날일까

  이리 되기  탓이라  것인가

셈없는 종의 일은 묻지도 아니 하려니와

도리어 생각하니 상전의 탓이로다

 

 생전 외다 하기 종이  많컨마는

그렇다 세상 보며 민망하여 여쭙니다.

삭꼬기 말으시고  말씀 들으소서

집일을 고치거든 종들을 휘어잡고

종들을 휘어거든 상벌(賞罰) 밝히시고

상벌을 밝히거든 어른 종을 믿으소서

진실로 이리하면 가도(家道)[각주:16] 절로 일겁니다

 


작가: 이원익(1547년 ~ 1634년)

조선중후기 학자이자 정치인

임진왜란 때 선조를 호종하여 호성공신에 녹훈


주제: 임진왜란 직후 게으르고 부패한 관리들을 비판(고공가의 답가)

표현: 집안일을 빗대어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을 얘기하고 있음. 주인과 종의 관계를 빗대어 임금과 신하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음

성격: 풍유적, 교훈적, 계도적

출전: 순조 때 필사한 것으로 보이는 잡가라는 노래책

관련글허전의 고공가



  1. [外方(외방)] 바깥 지역 [본문으로]
  2. [전민(田民)] 농민 [본문으로]
  3. [일국(一國)] 하나의 나라 [본문으로]
  4. [백여구(百餘口)] 백여개의 입 [본문으로]
  5. [농장(農場)] 농지와 집 [본문으로]
  6. [정자(亭子)] 경치가 좋은 곳에 놀거나 쉬기 위해 지은 집 [본문으로]
  7. [능욕(凌辱)] 남을 업신여겨 욕보임 [본문으로]
  8. [진지(進止)] 나아가다. [본문으로]
  9. [제급(除給)] 돈이나 물건 따위를 덜고 줌 [본문으로]
  10. [곡식창고(穀食庫,곡식고)] 곡식을 보관하는 창고 [본문으로]
  11. [고직(庫直)] 창고를 맡는 직 [본문으로]
  12. [외방사음(外方舍音)도달화(都達花)] 변방을 지키는 무리들 우두머리 [본문으로]
  13. [소임(所任)] 맡은 바 직책, 임무 [본문으로]
  14. [수하상직(誰何上直)] 야간 당직 [본문으로]
  15. [논의(論議)] 토의, 토론 [본문으로]
  16. [가도(家道)] 집안의 도덕이나 규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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