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취미/나의 독서 여행기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언제나휴일 2012. 5. 24.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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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국내도서
저자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 박병덕역
출판 : 민음사 200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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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완서님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덮을 즈음에는 다시 그녀의 다른 책이 나의 손에 올라와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지만 실제 나의 손에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자리를 잡았다. 사실 "싯다르타"는 주말에 천호지에 가서 훑어읽기를 하려고 시리즈로 갖고 있던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에서 아무렇게나 제목만 보고 선택한 책이었다. 그렇지만 나의 덤벙대는 성격 탓에 천호지로 출발하는 차에는 내가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곤 지난 통영 여행을 가면서 얻어온 여행 안내지가 전부였다. 덕분에 천호지에서 여유있게 감상도 할 수 있었고 기록도 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바로 아무렇게나 쓱싹 써 내려간 "천호저수지 주말 여행기"를 온라인에 게시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 들어 생긴 버릇 중에 노트북을 사용할 때 아직 멜로디를 익히지 못한 따끈한 신곡들을 듣기를 하게 되었다. "천호저수지 주말 여행기"를 게시를 마치고 거실에 정수기에 다가섰을 때 잊어버렸던 "싯다르타"를 만날 수 있었다. 외롭게 홀로 잊혀진 "싯다르타"는 나에게 자신이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시간을 떼울 소양으로 선택했던 "싯다르타"는 다시 한 번 신곡을 들으며 시간을 떼울 목적으로 나의 손에 펼쳐지고 아무런 생각없이 자대를 대고 줄을 그어 나가듯이 검은 글씨를 스쳐지나가면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 것을 반복하였다. 다음 날이 되어 나의 어린 시절에 많은 위로를 주었던 헤세의 많은 작품들이 새록 새록 나를 두드리기 시작하였고 어느 새 노트북을 켜고 신곡을 선곡한 후에 비로소 "싯다르타"를 손에 쥐게 되었다. 다시 검은 글씨 밑으로 멍한 눈으로 줄 긋기가 시작되었고 1/2정도를 넘기게 되었다.

 

 

 월요일 아침에 나는 거실에서 "싯다르타"를 잡게 되었고 아무런 방해없이 한 글자 한 글자를 눈 도장을 찍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보니 지난 번에 읽었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불현듯 생각이 나게 되었고 헤세의 메시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카말라를 만난 이후부터 도박에 빠지면서 자신 또한 부자들의 전유물인 조급함, 쉽게 욱하는 기질, 너무도 빠른 계산 능력에 빠지는 모습을 보며 나의 오만함은 극에 치달았다.

 

 

 하지만 나의 오만함은 뱃사공을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불안감으로 바뀌게 되었다. 내가 이제껏 이해했다고 자부했던 것들이 모두 오판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를 만나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카멜다와의 재회와 동시에 알게 된 아들에 대한 얘기를 만나면서 불안감은 긴장감으로 전이되었다.

 

 

 이 후 아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장면에서부터 고빈다를 다시 만나 책의 마지막 마침표를 만나는 동안 나에게도 지혜가 아닌 지식을 파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진정 내가 갈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혼돈과 여러가지의 상상을 통해 비겁해진 나를 알게 되었다.

 

 

 예전에 먹고 살 정도의 경제 능력밖에 없던 때에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좋았던 일도 싫증이 나면 다른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시작하고 그 일을 하곤 하였다.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아들이 커가면서 좋고 싫음이 아닌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기 위해 노력을 하였고 그렇게 10여년을 보내면서 어느 정도의 경제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10여년 동안 자부심을 갖기 위한 노력이 커져가면 커질수록 경제 능력이 커질수록 아내와 아들의 눈에는 눈물이 숨겨져 있었고 집에서의 남편, 아버지의 위치는 점점 작아져 버렸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한 위기감은 다시 아내와 아들의 도움을 통해 해결 방법을 찾게 되었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내 안의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매 주 토요일이 되면 여행이라고 말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의 가족 여행을 다니며 나만의 그림을 앵글에 담기 시작하고 음반을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0년 넘게 도메인만 소유하고 있던 것을 언제나 휴일 출판사 사이트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싯다르타"는 다시 나에게 무엇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갈망하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의 부풀어진 경제 능력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과감하게 선택하는 데에는 큰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고 박원서님의 소설들을 하나 하나 읽어나가야 겠다. 아직 경제 능력을 포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과감하게 선택할 용기가 부족하고 무엇이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인지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서 "싯다르타"의 여운을 내보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구입한 6권으로 구성된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을 읽다보면 어릴적 나의 벗이었던 헤세의 망령은 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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